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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view of my time at toss

12 min read|24. 9. 13.

각 잡고 작성하려다 보니 너무 거창해져 몇 번 엎었고, 이러다간 영영 쓰지 못할 것 같아 손이 가는대로 써내려 가는 퇴사 회고.

내가 사랑하는 토스 회고.

4년

토스에는 4년 정도 있었다. 내 경력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타트업에서 3년, 4년은 의미가 있다. 스톡옵션이나 RSU를 위한 베스팅 기간이다. 농담삼아 대학교 졸업으로 비유하곤 한다. 가끔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리프레시 스톡을 주곤 하는데, 이것은 교수님이 대학원에 오라고 꼬시는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곤 했다.

정확히는 4년보다 조금 더 있게 됐다. 토스페이먼츠 팀의 방향성이 바뀌는 것도 우연히 일치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팀의 BEP 달성을 위해 초집중하겠다고 다짐하던 나였지만 떠난다는 다른 선택을 했다.

합류

내 팀에 애정을 갖고 진심을 다해 추천하고 싶은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함께 풀자고 선뜻 이야기 할 수 있는 팀에 속하고 싶었다. 실제로 토스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총 13명)을 직접 추천했고 많이 합류했다. 직접 추천까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나와의 커피챗을 통해 지원하거나 내 발표,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지원한 사람이 꽤 있었다. 예비 지원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즐거웠고 좋은 피드백을 받기도 해서 뿌듯한 기억으로 남는다. 내가 속한 팀을 자랑스럽게 내놓고 싶은 팀에 있고 싶었는데, 이를 잘 충족하는 팀이었다.

토스페이먼츠에 합류했던 것도 우연이었다. 파견으로 잠깐 갔다가 눌러 앉기로 결정했다. 밑바닥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성장

4년이라는 기간동안 잘 컸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2020년 회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토스에 합류한 이유는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https://www.jbee.io/articles/essay/Jbee.log(2020)) 실제로 치열하게 제품을 개발했으며 개발 말고도 '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토스가 아니었더라도 성장했을 것이다. 다만 밀도와 다양성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단연컨대 4년 그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것이 옳든 그르든 많이 배웠고 기대하지 않았던 기술 면에서도 성장했다. 오만했고 겸손을 배웠다.

역할이 자주 바뀌었다. Growth 제품 개발자였다가 페이먼츠로 파견을 가서는 배포 플랫폼을 개발했다. 어드민 제품과 홈페이지를 개발하다가 리드 역할을 맡았다. 회사가 앱을 새로 만들게 되면서 RN 클라이언트 개발을 하게 됐다.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하나씩 쌓아 올라갔다. 비록 잘 되진 않았지만 서비스 종료까지 하고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다가 부채가 쌓인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하기도 하고 SDK를 새로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질릴 틈 없이 역할이 바뀌다보니 계속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했다. 매순간이 도전이었고 누구보다 잘 해내려다 보니 성장했다.

리드

연차가 중요하진 않지만 비교적 이른 경력에 한 챕터라는 기술 조직을 리드하게 됐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잠 못 이루는 고민도 하고 나름 치열하게 리드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한다. 3개월 동안은 온몸이 땀으로 젖어 새벽에 깨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리드 역할을 잘 수행하려던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도 계실테고, 삶의 궤적이 조금이나마 달라진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견디고 나니 괜찮아졌는데 조금 더 일찍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리드를 제안 받을 당시로 돌아가도 그 제안을 수락하겠지만 당분간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분간'일 뿐이지 사람들을 이끌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그 경험은 다시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챕터원들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나를 믿고 따라주고 필요하면 과감 없이 피드백 주던 챕터 구성원들이 있었기에 이만큼 성장했다. 리드 역할을 맡게 되고 3개월, 6개월, 9개월 그리고 1년이 지난 시점 모두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때 마다 다양한 피드백을 주었고 그 피드백을 양분 삼아 성장할 수 있었다. 단순히 '좋은' 사람으론 잘 할 수 없으며 불편한 말을 잘 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신뢰를 주고 받는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성장

챕터의 크기가 커지면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챕터의 문제를 챕터를 해결하기 위한 TF 조직을 구성하기도 하고 조금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밀도 높은 기술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했고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 고민했다. 문화는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드는 것이었고 내가 던진 작은 불씨가 어떻게 하면 더 큰 불꽃으로 피어오를지 고민했다. 함께 피운 모닥불은 누군가에겐 자부심이 되었고 누군가에겐 마음을 기댈 안식처가 되곤 했다. 이런 챕터를 너무 자랑스러워 한 나머지, 팔불출처럼 챕터 소개글을 쓰기도 했다.

One

토스에서 배운 것 중 하나만 들고 나와야 한다면? 러닝들은 차고 넘친다. 다 정리하려면 블로그 글 하나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챕터 분들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질문을 받았다. 꼭 공유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바로 나만의 Core value를 만든 것이다.

토스에는 코어밸류(Core value)가 있다. 다른 회사에서도 핵심 가치, OOOway하는 것들이 많다. 토스에서 배운 것들 중 하나는 이 코어 밸류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들을 뒷받침하고 사람들을 채용하는 기준이 된다. 하나의 조직에도 핵심 가치가 있는데, 내 인생에 핵심 가치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토스는 이 핵심 가치에 버전을 부여하고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한다. 나 또한 날짜 기준으로 버전을 부여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마무리

퇴사한다고 했을 때 100이면 99,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어디로 가는 것이 당연한듯이. 난 어디론가 가야만 했을까 고민하다 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대부분 어디엔가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떠나면 어딜 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나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나는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다음 글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번 글이 지난 날에 대한 짧은 회고였다면 다음 글은 앞으로 여정을 고민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며 리드, 채용, 개발 문화, 피드백, ... 정리하고 싶은 러닝들이 많은데 앞으로 하나씩 공유할 예정이다.